우리가 몰랐던 ‘탈모 유전자’ 이야기

탈모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제일 피하고 싶은 노화 현상일 것이다. 청장년 층의 50% 정도에서 탈모를 고민한다고 하니 가히 1000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고민하는 주제다. 필자도 40세부터 머리카락이 하나 둘씩 빠지더니 가는 세월만큼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늘 불안하다. 필자의 존경하는 아버지가 탈모이시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우리 아들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탈모가 유전적 성향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가족 가운데 탈모가 있으면 본인에게 탈모가 있을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7배나 높아 약 50%에서 탈모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흔히 남성형 탈모라 불리는 안드로겐성 탈모의 경우 유전적인 요인이 70% 정도로 꽤 높은 편이다. 안드로겐성 탈모란 흔히 우리가 대머리라 부르는 탈모로 헤어라인이 M자 형태로 후퇴하거나 정수리 부위 모발이 가늘어지고 탈락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에 비해 원형탈모는 정수리를 중심으로 탈모가 진행되며 스트레스가 주된 요인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40% 정도에서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

이처럼 탈모는 어떤 질병이나 신체적 특성보다 유전적 소인의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탈모에 대한 핵심적인 유전적 변이를 찾는 연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가장 대표적인 유전자는 남성호르몬 수용체 유전자(AR 유전자)다. 이는 전체 탈모의 유전적 요인 약 40%를 설명해주는 강력한 유전자다. 여성 유전자로 알려진 X 염색체에 위치해 탈모가 모계 유전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다행히 한국 사람에게는 이 유전자의 변이가 거의 없어 상대적으로 한국인에게 대머리가 적은 이유를 설명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로 많이 연구된 탈모 유전자는 20번 염색체 11번 좌위의 (Chr20p11)의 변이다. 2008년 1125명의 유럽인을 대상으로 유전체 전장 유전체 분석을 한 결과 Chr20p11에 변이가 있으면 정상인 경우보다 1.6배 남성형 탈모가 생긴다고 보고됐다 (네이쳐 2008). 연구에서는 남성호르몬(AR)의 변이가 동반되었을 때 탈모 위험성이 7.12배 증가한다고 밝혔다.

더 많은 유전자를 사용해 보다 높은 탈모 예측 모형을 만들려는 빅데이터 연구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2017년 영국의 한 연구팀은 50만 명의 유전자 데이터가 보관된 영국바이오뱅크 (UK Biobank)에서 얻은 데이터로 5만2000명의 대머리 남자들의 유전자 250개를 조합해 약 70% 정도의 정확도를 가진 예측 모형을 만들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한국의 소비자 직접 검사(DTC)에서도 탈모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어 탈모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쉽게 자신의 탈모 진행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탈모가 진행되는 사람들에게 탈모 유전자검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단순히 진행의 예측 뿐 만 아니라 다양한 탈모 유전자들을 동시에 분석함으로써 탈모의 2차적 원인에 미리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안드로겐 수용체에 유전적 변이가 있으면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탈모 예방약을 미리 복용할 수 있다. 또 면역이나 염증과 관련된 탈모 유전자(IL2RA, HLA-DQB1)에 변이가 있으면 그만큼 스트레스로 인해 쉽게 원형탈모가 진행될 수 있기에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적이다.

2013년 대만에서는 자국민 156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Chr20p11 유전자 변이는 탈모 원인의 13.7%에 해당하며 콩류 섭취 등 다른 환경적인 원인과 함께 이 유전자를 이용할 경우 탈모를 59%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즉 유전적인 소인과 환경적인 요인 모두 탈모를 일으키는 것이다.

유전적인 요인이 반드시 탈모를 일으키는 건 아니다. 따라서 탈모의 유전적인 위험이 있는 그룹에서는 젊었을 때부터 탈모에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

탈모는 유전적인 경향은 있지만 결정된 운명은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하자. 탈모 진행의 위험을 미리 예측하고 자신에게 딱 맞는 관리법을 찾아 예방에 힘쓰는 것이야말로 유전자 혁명 시대에 살아가는 똑똑한 소비자일 것이다.


글: 김경철 박사(강남메이저클리닉 원장)